20200723

면접에 다녀왔다. 어제부터 내린 비는 그칠 생각은커녕 더 심해졌다. 목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따뜻한 오뎅탕으로 목을 데우고 약을 먹어도 순간뿐이었다. 씻고 정장을 갖춰 입고 기차역으로 갔다. 1분 차이로 KTX 하나를 놓치고 대합실에서 다음 기차를 기다렸다. 티비에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면접 준비보다 티비가 더 흥미로웠다. 태영호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사상 전향했는지 물었다.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말까지 더듬으며 '태 의원은 민주주의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전향했는지 안 했는지는 왜 대답하지 않나. 180석의 힘인지 여당 소속 의원은 야당 꾸짖기에 동참했다. 누구 청문회인지도 모르고 자리에 앉아있나. 일정이 없었다면 생중계 본다고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기차 안에서는 그냥 잤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출력물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한참을 자고나서 팔이 저려 깼다. 비가 오는 날엔 어디를 가도 조용하게 느껴져서 좋다.

 

기차역 근처 카페에서 1시간 30분쯤 앉아 있었다. 계획했던 것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면접 시간까지 여유로웠다. 허브티 한 잔을 사서 계속 목을 축였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한 번 더 보고 구두로 갈아 신었다. 딱딱한 신발은 한 2,000보 걸으면 벌써 무리가 느껴져서 평소엔 절대 신지 않는다. 1분 자기소개는 정말 대충 짜서 대충 외웠다. 지원동기와 예상 질문들에 집중했다. 카페에서 나와 약국에 들러 스트랩실을 샀다. 이게 신의 한 수 였다. 지속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면접 보는 동안 인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면접 요령이 하나 늘었다. 내용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이곳이 지향하는 것과 내 생각들에는 차이가 있었다. 책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고 전공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는데 면접관을 만족시켜주진 못한 것 같다.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몇 주 전 금요일에 있었던 면접만큼만 대답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끝에 가선 면접을 많이 본 것 같다는 질문을 받았다. 목소리를 키우고 표정 관리를 하고 말을 많이 하려는 게 보였기 때문이려나. 적게 보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제 그만 보고 싶다고 답할걸 그랬나.

 

집에 오는 길에 알밥을 사먹고 빵까지 사왔다. 휴대폰 배터리는 얼마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굵어졌다. 바지와 상의가 비에 많이 젖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빵 하나를 먹었다. 맛이 있진 않았다. 유투브를 보고 게임을 할 생각이었는데 잠이 쏟아져 한 숨 자고 일어났다. 그사이에 부산에서 연락이 왔다. 1차 전형에 합격했으니 화요일까지 또 뭘 제출해달란다. 잡플래닛 평가가 별로라 망설여진다. 야근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말 폭탄도 가끔 있다던데 잘 모르겠다. 부산은 제 2의 도시라면서 근무환경은 왜 이렇게 개차반인지 모르겠다. 만약 부산에 가게 된다면 지난번에 봐뒀던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다. 이것 말고는 큰 매력이 없다. 세상살이 쉬운 게 없구나. 내일은 병원에 가야한다. 오전 진료밖에 하지 않아 일찍 나서야 한다. 먹고 있는 약이 얼마 없어 약 타러 가는 셈이다. 원래는 피검사하고 처방받는 건데 별도의 검사 없이 바로 처방해줄지 모르겠다. 의무기록사본을 보여주면 알아서 해주겠지. 또 돈 나가겠다. 다음 주가 되면 형편이 조금 나아지겠지. 돈을 벌게 되면 아껴 쓰고 착실히 모아야지. 그나저나 고향에 취업이 안 되면 세 준 집은 결국 내가 못살게 되겠구나.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