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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정리-알리바이

20200201

말수가 적은 편 2020. 2. 1. 22:19

해돋이는 보지 못했다. 새벽에 잠들었기 때문이다. 내일 보는 것으로 자신과 타협했다. 일찍 자야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늦잠을 자는 사람은 하루를 열심히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본적 있다. 아쉬움과 후회 때문에 늦게 잔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일찍 잠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피곤하지 않다는 뜻이니까. 머리만 대면 잠드는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한 날을 보낸 것이다. 퇴근하고 오신 부모님과 매번 끝말잇기 놀이에 실패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언제 어른이 될까.

 

밥을 먹고 새로 생긴 이디야에 가보고 싶어 집을 나섰다. 저녁에 지나가다 본 곳인데 외관이 멋져보였다. 40분을 걸어 도착한 매장은 그러나 내부가 협소했다. 2층짜리 건물이라 당연히 전 층을 점유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올라가는 계단이 없어 당황하다 화장실에서 볼 일만 보고 나왔다. 졸지에 '소싸튀'가 됐다. 주문하지 않은 건 미안하지만 앉을 자리도 없는데 어쩌겠나.

 

그나저나 요즘 이디야 매장이 엄청 생기는 거 같다. '바퀴벌레'라고도 불렸던 카페베네가 생각나지만 이디야는 다르겠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깔끔한 맛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점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챙겨주려고 한다는 기사를 본적 있다. 요즘 생기는 카페 대부분은 내부까지 밝고 쾌적하니 쉽게 망할 거 같진 않다.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방증일지도 모르지만 상향평준화는 소비자에게 득이 된다.

 

신문을 오래 구독하면 관련 기사가 쉽게 떠오른다. 불면증과 이디야를 이야기 하면서 이와 관련한 기사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당장에 큰 쓸모는 없지만 언제든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기초가 되니 좋다.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 이런 경험을 공유했던 적이 있다. 인간이라는 한계로 파편들만 기억하지만 쉽게 꺼내 쓸 수 있는걸 보니 녹슬지 않은 것 같다. 매일 한 시간 이상 신문을 보는 데 쓰는 시간이 아깝지 않으려면 많이 쓰고, 자주 정리해야겠다.

 

아무튼 그렇게 이디야를 지나 조금 더 걸어 스타벅스에 왔다. 이곳도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 깔끔하다. 더 큰 매장도 있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갈 때 마다 인산인해다. 그에 비해 여기는 아직 블루오션이다. 콜드브루 그란데 한 잔 뚝딱 하고 오늘의 커피 톨 한 잔 마시다 테이크 아웃했다. 하루에 커피 두 잔 이상 안 마시는데 오늘은 무리했다. 음료 하나당 두 시간 이라는 나만의 철칙을 따랐다.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앉아있으면 스스로 불편하다.

 

별 일 없이 집에 와 밥을 먹고 소셜 미디어를 구경했다. 우한 폐렴 3번 환자에 대한 혐오가 상당하다. 환자의 동선을 공개한 이유는 당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신상을 캐고 사생활을 추측한다. 경각심 없이 돌아다닌 것은 잘못됐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 보건당국 조차 당시에는 이 폐렴이 얼마나 심각한 전염병인지 몰랐다. 전수조사를 하니 마니 하는 사이에 12번 환자까지 나왔다. 해운으로 입국한 사람들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데 3번 환자만 독박을 써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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