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5
청소를 했다. 마음이 급해져서 발을 찧었다. 복숭아뼈 근처에 상처가 나서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다. 워터프루프라 밀착이 잘 돼야 하는데 그러질 않아서 화가 났다. 굴곡이 있는 부위라 이해는 하지만 접착력이 이렇게 떨어지는 걸 팔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집에만 있어도 부상을 당하다니 역시 이불 속이 가장 안전하다. 청소하는 동안 미세먼지가 심한지 모르고 창문을 열어 놨다. 어쩐지 공기청정기가 열심히 돌아가더라니. 따뜻해지니 먼지가 기승이다. 외출하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상처까지 생겼으니 저녁 산책도 물 건너갔다. 깁스 고정하는 데 쓰는 반창고로 칭칭 감아놔서 많이 걷지도 못할 것 같다. 양말 신으면 안에서 엉망이 되니까 말이다.
도서 '총, 균, 쇠'를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뉴기니에서 30년 정도 머물면서 연구했다고 한다. 햇수를 말하지 않았어도 책 두께에서 대략 짐작 가능했을 것이다. 얼마 읽지 않고 밥 때가 되어 찌개를 데우고 저녁 준비를 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모르겠다. 손을 보니 손톱이 어느 정도 길었다. 어렸을 때는 범 발톱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길렀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깎기가 귀찮았다. 요즘은 손톱 끝이 하얘지면 거의 바로 자른다. 건강을 잃었을 때의 집착들이 습관이 되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그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내가 해야 하는 사적인 일들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거의 매일 했었다. 이미 지난날이지만 그 당시의 감정이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