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1
오늘이 가장 따뜻한 날이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 봄바람을 맞이했다. 반 년 만에 가장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서 약국에 갔다. 어제 서울 갔다 오느라 보유중인 마스크가 한 두 개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는 이미 품절이 된 곳도 있었고 아직 줄 서고 있는 약국도 있었다. 나는 조금 멀리 떨어진 약국에서 줄 설 필요 없이 쉽게 공적 마스크를 샀다. 오늘이 첫 구매다. 어쩌다 마스크 사는 것에 집착하게 된걸까. 집에 오는 길에 백화점에 들려 비타민과 루테인도 샀다. 먹는 걸 주의해야 하는 몸이라 비타민 하나에도 조심스러웠는데 주치의가 괜찮다고 해서 안심하고 추가 구매했다. 생일 쿠폰에 30%할인 쿠폰까지 써서 거의 10만 원 가까이 들었다. 역시 돈이 좋다.
집에 와서 신문을 봤다. 크게 중요한 일은 없었다. 사실 어떤 내용이든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빼곡히 적힌 글자들 모두가 필요 없는 정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1시간은 족히 읽었다. 습관이란 게 무섭다. A1면부터 보기 시작해 끝부분의 칼럼, 사설에 도착하면 시계를 본다. 속절없이 흐른 시간을 보면 조금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사실 급할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기억에 남는 기사는 한 미 통화 스와프, 대구 요양병원 코로나 집단 감염, 미래한국당 대표 교체, 내일의 운세 등이다. 국내외 정세가 안정치 못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율이 0.8%에 그칠 거라는 기사도 기억난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는 방금 워크넷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처음 쓰는 거라 익숙하지 않다. 나를 세일즈 하는 게 가장 힘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