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2
밤늦게 이력서를 썼다. 새벽 5시 넘어 잠이 든 것 같다. 친구가 한참 전에 알려줬는데 괜히 혼자 힘 빼는 게 아닐까 싶어 망설였다. 빨리 움직였으면 수고를 덜었을 텐데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인다. 다행이 문항수가 적고 답하기 쉬워 금방 해치웠다. 보통 이렇게 큰 고민 없이 작성하면 떨어진다. 그래도 최종제출 화면을 보면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몰려온다. 한동안 우울했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남들에 비해 자기소개서를 많이 적는 편은 아니지만 쓸 때마다 내가 이런 길도 지나왔구나 싶다. 다른 대학에 학점교류를 갔던 경험, 열심히 준비한 발표에 비난 받았던 일, 그동안 수강했던 많은 강의 등. 다수의 사람들과 어울린 적은 별로 없지만 나름의 열정을 갖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왜 학생일 때가 좋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늦게 잔거에 비하면 꽤 일찍 일어났다. 5시간 조금 더 잔 것 같은데 많이 피곤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아침으로 라면을 먹었다. 일찍 서울에 가는 경우가 아니면 공복에 밀가루는 피하는 편인데 그냥 끓였다. 대충 챙겨먹고 신문을 봤다. 정보화 시대에서 종이 신문은 살아남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도 인쇄된 활자가 보기 편하다. 게다가 매일 뉴스거리가 넘쳐나니 글감이 떨어지는 일도 없다. 그래서 먹물 좀 먹은 사람들이 꼬박 하루를 고민해 쓴 신문 글이 마음에 든다. 그렇다고 스크랩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을 때 혹은 유용한 정보라고 판단될 때 사진 찍어놓는다.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된 기사들을 다시 꺼내보지 않아서 문제지만.
오늘 낮 온도가 17도까지 올랐었다. 나가질 않아 몰랐는데 날씨가 정말 좋았던 날이었다. 미세먼지 소식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까마득하다. 코로나에 황사까지 겹치면 절대 가만히 못 있을 것 같다. 트위터든 인스타그램이든 이게 나라냐고 떠들고 다닐 것이다. 해는 졌지만 잠시 후에 산책을 나갈까 한다. 슬슬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둔감해진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오늘 아침 WHO에서 펜데믹 선언을 했고 감염경로를 알수 없는 확진자들도 많이 생겼다. 마스크는 별 소용없지만 최대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걷고 손은 주머니에만 넣고 있어야겠다. 나는 입술이 예쁜데 마스크로 다 가려서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