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1
공복 상태로 장을 보러 갔다. 배고픈 상태였는데도 별 생각이 없어 나물 종류와 만두만 사왔다. 어김없이 마스크를 하고 갔고 마트에는 오전에도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계산 줄이 길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많은 걸 사지 않았는데도 대파 한 단 때문에 양 손을 써야했다. 지난번에 대파를 미리 장만해 냉동실에 보관해 잘 썼는데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다. 조금 더 얇게 썰어야겠다. 부엌칼을 바꿨는데 중식 칼도 있다. 낯설기 때문에 아직 꺼내 써보진 않았다. 날카로운 쇠붙이를 보면 본능적으로 위축된다. 방심하는 순간 다치고 며칠 간 쓰라리다. 언젠가 한 번은 급하게 가위를 닦다가 날에 손가락을 벤 적이 있다. 뜨겁고 따갑고 불쾌한 기억이 크게 남아있다.
식사를 하고 신문을 봤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었다. 종이 인쇄라는 한계 때문에 어제 밤 소식이 가장 최신이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일시적으로 잠잠해져 총선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있었다. 서울 콜센터 집단감염을 기점으로 다시 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일은 또 코로나 주제로 많은 지면이 할애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는 재난 문자가 잠잠해졌다. 신천지가 아니면 검사를 안 해줄 만큼 집중적으로 관리했고 마무리가 거의 다 된 이제는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것 같다. 특정 종교에 의해 퍼진 경로는 확인했으나 다른 이유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잡기 어려울 것 같다. 얼른 정상 사회, 정상 국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같은 나태한 취업 준비생에게 코로나 사태는 일종의 핑계가 되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이런 난리가 없었다면 내가 취업에 성공했을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어도 취업은 힘들었고 힘들었을 것인데 말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일자리가 없다고, 보수가 낮다고 등. 취업 실패의 여러 이유 중 코로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강력한 이유다. 지금 걱정하고 준비해야하는 것은 이 사태가 지난 후이다. 두 수 뒤를 보고 달려야 하는데 말 뿐이다. 3월도 벌써 10일 넘게 지났다. 대학 졸업 축사에서 총장님은 녹록치 않은 현실이라며 졸업생들을 위로하셨는데 나는 스스로 그런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생각이 많아진다. 조금 걷고 와서 책 정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