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4
생각보다 트위터가 재미있다. 각 잡고 시작할 때는 지루했는데 격식을 조금 버리니 할 말이 많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해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내니 속이 시원했다. 다만 대통령과 정부 지지자들의 본거지가 트위터이다 보니 반박을 넘어 조롱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초기 대응을 지적했더니 신천지 신도가 되기도 했고, 수구 꼴통이 되기도 했다. 정치는 적과 동지의 구분이라고 한 칼 슈미트가 떠올랐다. 이 정부 들어서 편 가르기가 더 심해졌다. 2017년 대선이 있던 학기 토론 수업에서 이와 관련된 현상을 주제로 보고서도 작성했는데 예상이 맞아서 신기하다. 그때는 정말 날카로웠던 것 같은데. 다시 대학 수업을 듣고 싶다.
오전에는 거의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다. 주문한 책이 왔다고 해서 현관 앞에 두겠거니 했는데 경비실에 맡겼다고 했다. 전염병에 사람들이 굉장히 예민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오고 나서 처음 경비실에 갔다. 별 이야기는 없었고 서명하고 책을 들고 왔다. 단지 안에는 한산했고 나를 포함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집에 들어와 손을 씻었다. 평소에도 외출했다 오면 바로 손을 씻는데 요즘은 더 오래 씻는다. 어쨌든 오랜만에 사본 책이 마음에 든다. 써에이스의 <정사 삼국지>는 사이즈가 콤팩트해서 더 마음에 든다. 내용은 유튜브와 별 다를 것 없지만 듣는 것과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배경지식을 다지는 목적을 이뤘으면 좋겠다.
오후에는 근처 마트에 갔다 왔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사재기로 제품들이 다 떨어지기 전에 미리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내 걱정과는 달리 선반 위 물품들은 충분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이 많았고 거의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확진자의 동선에는 포함이 안 된 곳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집에 라면이 한 묶음 있지만 두 묶음 더 샀다. 계란도 한 판을 샀고 부추 두 단, 방울토마토 한 박스, 양파, 물티슈 2개 등을 샀다.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즉석식품 위주로 소비하다가 이제는 멀리 보고 구매하게 된다. 얼른 이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2020년이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