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1. 8. 23:42

그래. 오늘은 집 근처 마트에 들린 게 전부다. 제로 콜라와 아메리카노 한 병 그리고 핸드크림을 사왔다. 반찬거리도 사면 좋았을 텐데 장바구니를 들고 가지 않았다. 구름도 많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멀리 가기가 그렇더라고. 날씨 핑계로 또 하루 잘 쉬었다. 이 글을 올리고 아령이나 몇 번 들어야겠다.

집에 박혀 있어도 늘 할 일은 있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하고 신문을 보고 글을 쓴다. 먼지는 어디서 오는지 이틀만 지나도 불쾌해 진다. 창문을 항상 열어놓지도 않는데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 쓸고 닦을 명분이 생긴다. 거의 두 배가 넘는 평수로 이사를 오니 청소기 돌리는 데만 30분 가까이가 든다. 날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먼지야.

3일 째 매일 글을 써보니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말을 이어보는 연습이 된다. 문제는 오늘처럼 거의 집에만 있으면 쓸 말이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신문에 나온 기사를 소재로 글을 쓰면 밤사이에 마무리를 하지 못할 것 같다.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원래 그럴려고 블로그를 개설한 건데 말이다. 이슈에 관해 주에 한 편만 글을 써보는걸 고민하고 있다. 주말에 쓰는게 좋겠지.

사실 글감은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사전 하나면 충분할 거 같다. 영한사전 아무데나 펼쳐서 적당한 단어를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써보면 되지 않을까? 중학생 이후로 종이 사전은 거의 펼쳐보지 않은 것 같다. 전자사전, pmp,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종이사전을 대신했다. 나열하고 보니 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했었구나. 그러는 와중에도 책장에 고이 모셔두어 다행이다. 블로그 한다고 또 헛돈 쓸뻔 했다.

내가 가진 사전은 영한사전과 영영 사전이다. 방금 영한사전을 펼쳐 봤다. 오랜만에 깨알 같은 활자를 보니 디지털 마렵다. r부분을 펼쳤는데 단어를 보니 뜬금없는 단편적인 기억이 꽤 떠오른다. reincarnation(환생)에서 워크래프트3 를 떠올렸다. 이 게임 하려고 동네 PC방에 갔다가 사양 때문에 스타크래프트만 했던 적도 있다. 아 물론 두 게임 모두 잘 못한다.

계속 뒤로 넘기다 sand castle(모래성)에서 멈췄다. 물리적인 모래성과 관련해선 전 애인과 부산 모래축제에 갔던 추억이 있다. 여름이라 더웠고 습해서 찝찝했지만 재미있었다. 그 친구도 같은 기억을 아직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었던 것만 이라도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이외에 개념적인 모래성 하면 아무래도 블로그가 아닐까. 언제 글쓰기를 중단하고 문을 닫을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