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9. 7. 20:49

비가 많이 왔다. 바람도 꽤 불었지만 몸이 날려갈 정도는 아니었다. 오전 기차편이 전부 취소돼 버스를 탔다. 인터넷 예약은 처음이었는데 생년월일과 폰 번호를 입력하니 티켓이 나왔다. 화장실에 앉아 무사히 도착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버스는 거의 만원이었다. 태풍 몰아치는 월요일 아침에 다들 어디론가 바삐 가야했나 보다. 거리두기 한다며 창가에 앉도록 권유하더니 내 옆자리와 옆옆자리, 옆옆옆자리까지 빈자리가 없었다. 불안 증세는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도졌다. 톨게이트 지나기 직전 온갖 발광을 하며 내려달라고 할까 수십 번 고민했다. 올초 발끝이 저릴 정도의 긴장 수준과 맞먹었다. 매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고 꽂고 있던 이어폰을 뺐다. 가방을 뒤적여 불안 증세가 나타나면 한 알씩 먹도록 처방받은 알프락나스 한 통을 꺼내 손에 꼭 쥐었다. 세 네 번 정도 고비가 왔는데 먹을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다. 지금 이 약을 먹으면 앞으로 이 약에 의존하게 될 거란 생각을 하며 가까스로 참았다. 톨게이트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자 불안 증세는 사라졌고 졸음이 쏟아졌다.

 

버스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을 때도 여전히 비가 왔다. 회사까지 걸어가는데 신발이 조금 젖고 지나가는 차에 물이 튀었다. 출장을 가겠나 싶었는데 신기하게 출장 갈 시간이 되니 비가 그치고 바람도 멎었다. 갔다 오는 길에 차 안에서 계속 졸았다. 졸지 않으려 애 썼지만 쉽지 않았다. 출장이 오늘 일의 전부다. 출근할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퇴근할 때는 기분이 좋았다. 기차 안에서 아침에 읽지 못했던 신문을 조금 봤다. 남은 시간에 마저 봐야한다. 저녁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를 시켜 먹었다. 주문내역을 보니 거의 한 달에 한 번씩만 주문했다. 그것도 늘 월초에. 이게 말로만 듣던 바이오리듬인가. 사실 오늘 햄버거를 주문한 이유는 웨지 포테이토 때문이다. 언제 나오나, 언제 나오나 했는데 오늘 주문이 가능했다. 일반 감자튀김 보다 두툼하고 촉촉해 가장 선호하는 메뉴다. 기간 한정으로 팔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수지가 맞지 않나 보다. 추가 요금을 내더라도 웨지를 택할 텐데. 이렇게 월요일이 갔다. 내일은 내근하고 모레는 회식이 있다. 그놈의 회식. 모이는 걸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