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4
금요일이다. 지난밤에 푹 잠들지 못했지만 아침부터 기분은 좋았다. 밥을 먹고 준비해 기차역에 갔다. 통로에 앉아 친구와 잠깐 통화하고 신문을 봤다. 채 40분이 되지 않는 이동 시간은 금방 갔다. 기차에서 내려 역사 안에 있는 화장실로 갔다.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변기 뒤로 아침 햇살이 내 등짝을 구웠다.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땀이 났다. 정리하고 다른 화장실에 들렀다 카페에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신문을 마저 봤다. 전염병은 끝이 날줄 모르고 의료진은 파업하고 부동산 가격은 요동친다. 정부 인사 기준은 개인의 유능함 보다 주택이 1개 이하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야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앞선 가운데 통합당은 기본 소득을 정강에 담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좋은데 야당마저 포퓰리즘에 잠식되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런지 모르겠다. 보편적 복지는 결국 배급제로 변질될 거라 생각한다. 가만히 있어도 한 달에 얼마씩 주는데 누가 일하려고 하나. 모두가 왜 이렇게 좌클릭을 하지 못해 안달이지.
출근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잡플래닛 리뷰에 아침이 여유롭다는 점은 왜 안 적어놓았을까. 이를 상쇄할만한 뭔가가 있기 때문일까. 오늘은 어제 했던 문서를 수정했다. 지적 받은 부분 중에 수긍이 가는 것도 있었고 가지 않는 것도 있었다. 조금만 수정하면 되는 문제라 금방 처리했다. 혹시 이전 문서들은 어떻게 작성됐는지 살펴보니 제각각이었다. 통일성 자체가 없었다. '쓰는 사람 말고 누가 내용을 볼까' 싶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단지 활동을 증명하는 용도 외 역할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중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무경력에 비루한 스펙임에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월급 200만원'은 보장됐다. 포괄임금제라 아쉬웠지만 1인분 할 수 있는 게 어딘가 싶다. 경력을 쌓으면 더 큰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금은 경험이 필요한 때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대체공휴일 덕분에 앞으로 사흘이나 쉴 수 있다. 푹 자고 잘 먹고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 10번만 더 출근하면 8월도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