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8. 3. 21:14

외출하지 않았다. 금요일에 가야 했던 병원을 오늘 가려고 했는데 그냥 집에 있었다. 날이 더웠고 집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편하게 하루를 보냈다. 어제 사온 토마토를 아침으로 먹고 신문을 봤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5분 연설이 아직도 지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여권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다른 이슈로 넘어갈 것을 괜히 한마디씩 하다 며칠째 화두에 올랐다. 임대차 3법이 나와는 별 상관없는 줄로 알았는데 아니었다. 월세를 놓고 있는 가족 집이 있기 때문이다. 1주택이라 임대사업자로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임대인' 이다. 월세라 해도 주변 시세보다 적게 받고 있고 여차하면 내가 가서 살 집이다. 그런데 이제 5% 이상 월세를 올리지 못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마음대로 내보낼 수 없다. 현재 세 들어 살고 있는 신혼부부는 운이 좋다. 돈 문제로 사람을 모질게 대하지 않는 엄마와 계약했기 때문이다. 그러게 월세 좀 더 올려 받자니까.

 

신문을 덮고 밥을 먹으니 벌써 정오를 넘겼다. 슬슬 더워지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책을 읽지도 않았고 어제 다 본 책을 정리하지도 않았다. 하루를 허투루 보냈다. 유투브를 보고 게임만 했다. 출근 안내 문자를 받아서 그랬던 것 같다. 백수 생활에 종지부 찍히는 날이 곧 온다. 물론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첫날부터 다른 지역으로 출장이 있을 거라고 한다. 뭘 타고 갈지 모르겠지만 출근 전에 정신과에 가볼 생각이다. 폐소공포증 혹은 공황장애 때문에 자동차나 시외버스 등을 오래 타지 못한다. 몇 번이나 이미 출발한 시외버스에서 내려 본 적이 있고, 발끝이 저릴 정도로 내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적이 있다. 여태껏 약을 먹지 않고 버티거나 아예 포기했지만 회사생활을 하게 되면 반드시 신경안정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해야할 것 같다. 책잡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곳까지 꼼짝없이 이동해야 하다니. 일 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거야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