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31
7월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저녁부터 비가 그쳤다. 기뻐서 산책까지 다녀왔다. 덕분에 오늘 아침 쾌변을 할 수 있었다. 해가 뜨니 날이 금방 더워졌다. 오전부터 찐득했다. 된장찌개 해서 밥을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향수까지 뿌렸다.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먼저 우체국으로 갔다. 등기로 왔던 신세계 상품권을 수령하기 위해서다. 점심 무렵이라 한산했다. 금방 우편물을 찾고 다시 버스를 타러 갔다. 원래 근처 카페에 가려고 했으나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내릴 때 환승하지 않아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썼다. 자주 가던 스타벅스에서 민트 블렌드 벤티 사이즈 한 잔을 주문했다. 손을 씻고 음료를 받아 창가 자리에서 신문을 봤다. 당장 내일부터 부동산 3법이 시행될 거라 한다.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이토록 빨리 효력을 갖게 된 법이 있었던가 싶다. 기사에 따르면 내년 6월까지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를 쫓아내고 다른 세입자를 받아도 집어낼 수 없다고 한다. 뒷문이 활짝 열린 그야말로 보완도 없는 법을 왜 이렇게 서두르나. 전세는 씨가 마를 것이다.
신문을 다 보고 '정의란 무엇인가'와 '그리스인 조르바'를 조금씩 읽었다. 전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정의 부분이었는데 이미 앞 내용은 다 잊어먹었다. 다만 오늘은 장인이 만든 비싼 바이올린을 부자가 소유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바이올리니스트가 소유하는 게 좋은지 따위를 따져보는 내용이었다. 바람직한 것이야 당연히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소유까지 하는 게 낫겠지만 그렇다고 부자가 악기를 소유하는 게 잘못되진 않았다. 훔친 게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자와 노예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들이 갖고 있는 목적을 이유로 들었다. 그들은 천부적으로 남에게 복종당하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시대 초월적이며 절대적인 지성인은 없는 듯 했다. 불완전하기에 사람이겠지만. 한편 조르바는 드디어 두목과 과부를 이어주려 하는 부분에 도달했다. 후에 과부가 죽게 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자유와 질서 속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참 어렵다. 내 자유는 이제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