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7. 26. 21:49

해가 떴다. 금세 따뜻해졌고 뜨거워졌다. 밥을 먹고 엄마와 함께 나갔다. 노트북 대신 책을 넣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20대 초에 읽었을 땐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민폐 덩어리라고 생각했다. 이는 대학을 다니면서 내 선택에 만족하는지 그리고 옳은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 되었다. 30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 이 책을 한 번 더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그래서 가까운 카페에 가 쇼파에 기대 독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적당한 자리가 없었다. 크게 한 바퀴 돌아 3곳 연달아 인산인해였고 결국 조명도 어둡고 화장실도 멀리 있는 작은 스타벅스에 갔다. 이럴 거면 차라리 카페를 가지 말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겨우 자리 잡고 앉아서 책을 보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앞에 자리 있냐고 물으셨다. 없다고 했고 쇼파를 가져가실 건가 싶었다. 그런데 짐을 풀더니 내 앞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갑자기 분위기 합석되어서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았다. 오히려 빈자리를 두는 것보다 나았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에어컨 바람에 추워지기 시작했고 조명도 어두웠다. 아저씨는 옆자리가 비자 옆자리로 옮겨갔다. 책을 덮고 일어나 버거킹에서 치킨너겟을 샀다. 버스타고 집에 오는 길에 고등학교 동창으로 보이는 사람을 봤다. 마스크를 썼지만 영락없이 그 친구였다. 정말 오랜만이라 반가웠지만 인사는 하지 않았다. 꽤 친하게 지냈었는데. 버스에서 내릴 때 한 번 더 얼굴을 확인했으나 그냥 내렸다. 잘 살고 있으면 됐지 뭐. 잡에 와서 너겟을 먹고 밥도 먹었다. 오늘 아침저녁으로 비빔밥을 해먹었다. 소화시킬 겸 청소기를 돌리고 재활용 분리수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새끼 고양이를 봐서 기분이 좋았다. 새끼 바퀴벌레도 날아다녔다. 이건 잊고 싶다. 샤워하고 책상에 앉았다.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귀찮다. 남은 시간에 방이나 한 번 더 봐야겠다. 낮에 엄마와 대화하면서 보증금 500만원이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셨다. 지방에서 방 구하는 것도 이만큼 돈이 드는데 서울에 취업했으면 어쩌려고 했을까. 일 시작하면 일단 돈을 모으는 게 급선무다. 누구는 월세 살이 하면 돈 모으기 어렵다는데 모르겠다. 아껴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