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7
밥을 대충 먹고 카페에 갈 요량으로 까만 운동복을 입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마스크를 썼다. 그저께부터 권진아가 부른 '운이 좋았지'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질릴 때까지 그 곡만 듣는다. 새로운 가수의 새로운 노래가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돼 기분이 좋다. 바깥 날씨는 더웠다. 가급적 그늘로 걸었지만 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 시내는 사람이 많았고 스타벅스엔 더 많았다. 크게 한 바퀴 돌아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카페에 갔다. 수주 전 뜻하지 않은 초파리 살생을 저질렀던 곳이다. 코로나 때문인지 냉방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부채를 휴대해와 빨리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주문받는 사람이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라며 되물었다. 그럴 리가 있나. 아이스로 달라고 했다. 그런데 질문의 의도를 생각해보니 카푸치노는 뜨거운 음료로 마시는 게 정석인가 싶었다. 찾아보니 아이스 카푸치노의 경우 거품을 내는데 상당한 수고가 들어간단다. 앞으로 아이스 카푸치노만 주문해야겠다.
오늘도 신문을 보고 자기소개서에 넣을 독후감을 썼다. 신문을 다 읽는 데 1시간 30분쯤 걸렸다. 그때까지 창가에 들어오는 햇볕이 뜨겁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독후감을 쓰려고 할 때쯤엔 손등이 따가웠다. 와이파이도 없어 핫스팟 켜고 작업 중이었는데 휴대폰도 노트북도 달아올랐다. 여차 저차 두 권 분량만 남겨놓고 짐을 싸서 집에 왔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샀다. 이른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돌렸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청소기를 밀었기에 개운함이 두 배였다. 책상에 앉아 독후감을 마저 썼다. 거의 5일 정도 쓰고 고치고 고민했다. 약 8,000자 분량이었다. 이정도면 할 만큼 했다. 이력서를 첨부해 지원하고 일기를 쓰고 있다. 내일부턴 어디 다른 데 지원할 곳 없나 찾아봐야겠다. 시간 참 빨리 흐른다. 한창 독후감을 쓰는 도중에 어제 다퉜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티가 날 정도로 차갑게 대했다. 후회할 짓을 한 걸까. 마음은 아프지만 질척거리며 억지로 인연을 이어가는 것보다 이게 더 낫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