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0
장대비가 내렸다. 새벽에 박원순 서울 시장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평소 좋아하던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유명인이 하루아침에 죽어서 꽤 놀랐다.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며 여성친화 정책을 굉장히 많이 펼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몇 년간 비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 했다고 한다. 법률가 출신이자 대권 욕심이 있어보였던 박 시장은 오명이 남는 게 두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서를 보면 끝까지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대한민국 수도의 시장이 참으로 저급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자살까지 하다니 어이없고 황당하다. 그래서 잠을 설쳤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다른 지역에 면접을 보러 가야했는데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불 끄고 침대에 누워 한참을 눈 감고 있어서 그나마 눈이 건조하거나 머리가 아프진 않았다. 다음 시간 기차를 탈까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움직였다.
기차역은 입구마다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열화상 카메라로 모든 사람들의 체온을 측정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보다 확실히 사람들이 많았다. 나를 포함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제 마스크는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아침으로 알밥을 사먹었다. 자취했을 때 자주 먹었는데 맛과 양이 변함없었다. 애초 뚝배기 불고기를 먹으려 했으나 가격이 살벌했다. 가격 변동이 없었음에도 면접 보러 와서 한 끼에 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긴 부담스러웠다. 학생 시절에서 점점 벗어나며 현실에 잘 적응중이다. 길 건너 엔젤리너스에 갔다. 내 기억 상으로 올해 처음인데 작년에 일하던 사람이 아직도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반가웠지만 겉으로 티내지 않았다. 이곳 역시 코로나 때문에 시간대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한 명만 근무한다고 안내했다. 그 때문에 화장실이 개판이었다. 휴지통은 넘쳐흘렀고 좌변기에는 알 수 없는 보랏빛 액체들이 퍼져있었다. 불쾌했지만 면접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1분 자기소개와 예상 답변을 외우는 데 시간을 보냈다.
오전, 오후 면접 모두 까다로웠다. 특히 오전 면접은 압박 면접이었다. 1분 자기소개를 하고 질문을 받았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면접관은 내 말꼬리를 잡고 집요하게 캐물었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했는데 직설적으로 말해주길 원했다. 그럼에도 말을 빙빙 돌려 하는 바람에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한 것 같다. 마지막 할 말 때 이런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이곳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 말했다. 오후 면접을 보기 전에 스타벅스에서 딸기 주스를 사마셨다. 대학 시절 가끔 왔던 곳인데 정장을 입고 가니 새로웠다. 화장실이 2층이라 두 번 오르내렸다. 다시 1분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자기소개서에 적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 더 읽었다. 하지만 정작 오후 면접에선 자기 소개할 기회가 없었다. 또한 예상과 다른 질문들이 쏟아졌다.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물어 정리해 잘 말한 것 같다. 사무실이 우중충하고 조용한 것만 빼면 이곳에서 전공을 살리며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모두 발표난다. 두개 다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나만 붙어서 고민할 게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