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7
집에 있었다. 오랜만에 나물 반찬을 먹었다. 아쉬웠던 건 밥이 떡밥이었다. 내가 밥물 조절하면 된밥이 되고 엄마가 하면 진밥이 된다. 전기밥솥으로는 적당히 고슬고슬하고 퍼진 밥을 짓기가 어렵다. 다음에는 압력밥솥을 꺼내 밥을 지어야지. 아침을 먹고 낮잠까지 충분히 잤다. 느지막이 일어나 씻었다. 나가지 않을 예정이어서 면도는 하지 않았다. 오전에 깎아도 저녁 되면 까끌까끌할 정도인데 지금은 잡고 뽑을 수 있을 정도다.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봤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는 이불과 매트 때문인 것 같다. 청소하려고 했으나 귀찮았다. 오늘은 그냥 먹고 자고 씻고 앉아있는 게 전부인 하루였다. 에너지를 쓰지 않아 충전할 게 없는데 계속 충전했다. 과충전이 배터리 수명을 닳게 하는 것처럼 나 역시 오늘 내 수명을 하릴없이 줄인 게 아닐까. 집에 있어도 날씨가 은근히 더웠다. 습도 때문에 땀도 쉽게 났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설거지 했다. 해가 질 때쯤 되어서야 선선해졌다.
이력서를 낸 곳에서 면접 제의가 오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만 두 군데서 연락이 왔다. 박살났던 자존감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다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예약되어 있던 병원 진료까지 미뤄야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내 선택이 옳았길 바란다.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라 욕심이 난다. 회사에 대한 정보를 더 수집하고 자기소개를 만들어야 한다. 여러 군데에 지원하면 여러 분야를 공부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그에 맞는 자기소개를 구상해야 해 은근히 까다롭다. 이곳은 그래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해보지 않았지만 공익으로 근무하며 그나마 비슷한 직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쯤 취업 준비가 끝날지 모르겠다. 이번 달 안에 결판이 나지 않으면 전문직 시험에 도전할 생각이다. 내년 세무사 1차 합격을 목표로 해볼 건데 전공과 관련 없는 분야라 당장 시작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인강 비용까지 있으니 부담스럽다. 아니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식 조리사 공부를 해볼까도 생각중이다. 정말 뭐라도 해야 한다. 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