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6. 24. 20:41

아침 일찍 면접을 보고 왔다. 고향에 있는 곳이라 근로계약서 작성 전에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갔다. 붙으면 한 55% 정도 가려고 생각했었는데 길이 험했다. 비포장도로라는 말이 아니다. 회사가 산업공단 안에 있어 덤프트럭과 트레일러 차량이 굉장히 많이 굴러 다녔다. 나름 중형 세단 차를 타고 갔는데 덩치에서 비할 바가 아니었다. 버스 타고 다니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버스가 작아 보일 정도였다. 막상 회사에 도착해보니 1층짜리 오두막 같은 건물이었다. 들어갈 때 면접 보고 나오는 또 다른 지원자와 마주쳤다. 직원인줄 알고 인사했는데 사무실에 앉아있는 동안 창밖으로 차타고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내부는 조용했다. 직원은 몇 없었고 말 걸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물 한 잔 권하는 사람도 없었다. 명색이 대기업 계열사인데 사무실만 보면 곧 망하기 전 벤처 기업의 모습이었다. 면접관들 역시 조용했고 한 명은 딱 봐도 꼰대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질문해놓고 서류에 고개 처박고 있는 건 듣겠다는 건지 아니면 보겠다는 건지.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면접을 끝내고 은행에 가 통장을 재발급 받았다. 그리고 병원에 가 건강진단서를 떼 왔다. 어제 갔었는데 진료 시간이 마감 돼 헛걸음 했었다. 종합병원이 왜 5시까지밖에 외래를 안 보는지 모르겠다. 결과는 정상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익숙한 간판의 식당에서 해물 칼국수를 먹었다. 고등학생 때 엄마와 자주 먹었던 추억이 있다. 짭짤하고 시원했다. 해감이 덜 된 조개가 몇 개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현금으로 결제하니 주인께서 좋아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밖에 나와 집까지 걸어가는데 비가 조금씩 왔다. 우산이 없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오늘 면접에서 얼굴이 사진과 다르다는 말을 들었던 게 기억났다. 지난 달 다른 면접에서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실물 보다 못 나왔다고 했다. 생각난 김에 집 앞 사진관에서 새로 찍었다. 내일 지참해 가야하기도 하고. 안경을 쓰고 찍어서 평소의 내 모습 같았다. 18,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 쉬는 동안 밖에선 비가 쏟아졌다. 장맛비를 뚫고 부산까지 갈 걸 생각하면 벌써 피곤하다. 신입 기자 가이드북을 주셔서 인쇄했다. 오늘은 됐고 내일 기차 안에서 볼 예정이다. 하룻밤만 자고 주말에 짐 챙기러 올 건데 설마 주말 근무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