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6. 23. 20:21

오늘도 치과에 다녀왔다. 오전 930분 예약인데 늑장 부리느라 40분에 도착했다. 치료는 간단했다. 약을 바르고 잠깐 앉아있는 게 전부였다. 의사는 5분 간 입을 벌리고 있으라 했는데 치위생사는 그 전에 가라고 했다. 효과에 큰 차이는 없겠지만 '빨리 빨리' 문화에 떠밀린 것 같았다. 계산할 건 없었고 다음 주 월요일에 예약을 잡고 나왔다. 직장 때문에 여기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더니 뒤로 미루더라도 예약은 하고 가래서 그렇게 했다. 바깥 날씨는 더웠다. 30분 동안 물도 마시지 말라고 해 어디로 갈지 몰라 주변을 돌아다녔다. 공복 상태라 밥 먼저 먹으려 생각했는데 건너뛰고 카페에 갔다. 밥은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식지만 음료는 더 맛있어 지기 때문이다. 카페라떼를 사놓고 신문을 봤다. 며칠 뒤면 이런 여유가 사라질 거라 생각하니 슬펐다. 사실은 오늘도 부산에 가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그래서 방도 잡지 않았다. 오픈 채팅방을 찾아가 직업으로서 기자가 어떤지 물었다. 가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헛수고였다.

 

남는 시간에 내일 있을 면접을 준비했다. 이곳은 고향에서 근무하는 조건이긴 한데 집과는 거리가 있다. 버스 타고 1시간 30분이니 여기도 합격한다면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자료를 찾고 1분 자기소개를 작성하다 삼성 GSAT 발표가 났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수리 영역에서 찍어서 틀렸던 것이 컸나 보다. 늘 모르는 건 내버려 두다가 이번엔 왜 찍었을까. 아쉽지만 그만큼 초조하고 간절했다는 뜻이다. 이 시험을 위해 계약직까지 포기했지 않나. 그게 벌써 한 달 하고도 일주일 전 이야기다. 결국 도박은 실패했다. 그 사이에 5번 정도 시험과 면접을 봤고 운 좋게 하나 붙었다. 제대로 된 곳인지 의심이 많이 드는 곳이지만. 삼성 발표를 보고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어떻게든 부산에 내려가지 않으려 발악했는데 이젠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내일 면접도 자신이 없다. 내가 공부했던 분야도 아니고 크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다만 처우와 근무 조건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준비는 하지만 마음은 비웠다. 도대체 사회초년생의 방황은 언제쯤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