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6. 16. 20:24

아침으로 참외를 먹었다. 냉장고에 꽤 오래 보관됐기도 했고 최소한 내일까지 아침부터 움직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먹었을 때 달지 않은 참외가 있어 고역이었는데 오늘은 모두 달았다. 밥 대신 먹은 것이었지만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카페에 가기 위해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늘은 기필코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반팔과 반바지 차림이 익숙하다. 바깥 날씨는 괜찮았다. 햇빛은 강했지만 그렇게 덥지 않았다. 물론 많이 걷지 않았다. 카페에 도착하기 전에 방전될 것 같은 기분을 느껴 봤기 때문이다. 길 건너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렸다. 몇 년 전의 나는 택시를 굉장히 자주 이용했었는데 버스 노선을 알고부터 버스가 교통비와 스트레스 부분에서 더 낫게 느껴졌다. 기본요금은 계속 오르고 카드 내밀었다가 기사님께 싫은 소리 들은 적이 두 번 정도 있다. 한 숨 쉬는 소리는 그보다 더 많이 들었다. 택시 기사는 사납금을 내야하는 자영업자라 카드 결제가 싫은 걸 이해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니까 나도 불만이 쌓이고 스트레스였다. 결국 급하거나 너무 낯선 곳이 아니면 택시는 가급적 타지 않게 됐다.

 

점심으로 뼈 해장국을 사먹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이게 먹고 싶었다. 사람이 신기한 게 신체에 필요한 영양분이 있으면 그걸 먹고 싶어진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뼈 해장국은 콜레스테롤과 나트륨만 빼면 칼슘도 많고 풍부한 비타민C에 철, 베타카로틴 등 영양이 넘친다. 그만큼 내 몸의 영양 균형이 망가졌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사실 그런 건 다 핑계고 그냥 얼큰하고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든든하게 말아 먹고 싶었던 걸까. 국물에 밥을 말아 먹진 않았다. 고기는 뼈에서 발라 겨자 소스에 찍어 먹었고 국물은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먹었다. 이렇게 나트륨에 신경 썼는데 방금 저녁으로 추어탕에 밥 한 그릇 넉넉하게 말아 먹었다. 산책 다녀와서 물 많이 마셔야지. 밥을 먹고 투썸 플레이스에서 콜드브루 한 잔을 주문하고 신문을 봤다. 북한의 도발이 예상된다는 기사를 보고 조만간 나겠구나 싶었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신문을 다 보고 어제 친구가 준 책을 읽고 있는데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속보가 떴다. 국민 세금 178억이 들어간 건물인데 2년 정도 쇼에만 쓰여 지다 이제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후계자 김여정의 군사 업적 달성을 위해서라는 말이 있던데 봉건적 혈통 세습에 왜 우리가 이용돼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