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6. 3. 21:01

날씨가 너무 더웠다. 가까운 곳까지 걸어가려다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먼 곳까지 갔다. 이마저도 버스를 잘못 타서 한참을 돌아갔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라고 생각했다. 버스 안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휑한 바깥 풍경도 좋았다. 편하게 앉아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운전도 대신해주는데 1,500원도 받지 않는다? 이거 완전 이득 아닌가. 아무튼 오늘은 스타벅스 대신 근처에 리모델링한 투썸 플레이스에 갔다. 기본적인 가구 배치는 그대로였지만 새 가구에 조명도 밝아져 좋았다. 자리 잡고 앉아 신문을 보고 구직 사이트를 뒤졌다. 괜찮아 보이는 곳이 얼마 없었지만 그래도 네 곳에 지원했다. 즉시 지원을 몇 번이나 이용하고 또 몇 번이나 면접을 가 본 결과, 지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서류 합격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마음이다. 내년 2월 되기 전에 괜찮은 곳에 합격해야 토익 다시 공부 안 해도 되는데 조마조마하다.

 

검색을 끝내고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서 사람 구경 했다. 카페 전체가 다 보이는 자리라 손님들이 뭘 하는지 다 보였다. 대학 주변이라 손님 대부분이 학생이었고 각자 노트북을 꺼내 문서 작업 내지는 과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어떤 카페에 자주 가냐는 질문을 받는데 나는 개인 카페보다 브랜드 있는 곳에 주로 간다. 음료의 맛이나 멋진 풍경 혹은 편한 쇼파 같은 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커피 맛을 잘 모를 뿐더러 바깥을 볼 시간에 내 노트북 화면이나 책 아니면 사람들 보는 게 더 낫다. 게다가 주로 혼자 다녀서 대충 허리에 무리 안 갈 정도로 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면 충분하다. 신춘문예나 인물 인터뷰를 보면 작가들이 카페에서 글 작업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과 비슷한 루틴인 것 같다. 그들은 에세이나 문학 작품을 써내는 반면 내가 하는 일은 자기소개서 쓰기다. 비슷한 공간에서 창작을 한다는 게 닮지 않았나. 아니면 말고. 밥도 먹었겠다, 청소기 돌리고 산책이나 다녀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