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2
면접 2개를 연달아 봤다. 모두 오후 시간대라 여유롭게 준비했다. 신문을 보고 아침을 먹었다. 오늘따라 신문이 잘 안 읽혀 고생했다. 어제와 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좋은 소식 보다 안 좋은 소식이 더 많고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를 5년째 구독하고 있는데 요즘은 신문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일 우리나라 망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류근일 전 주필의 오늘 사설은 특히 더 했다. 나라 걱정하는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자유 민주 국민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며 메이저 언론사가 마치 국민을 동원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내용은 충분히 공감 갔다. 미래통합당은 보수와 우파 간판을 떼면 지지율이 올라갈 거라고 착각하는듯한데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도층을 포섭하려고 콘크리트 지지층을 깨부수는 건 자충수가 될게 뻔하다. 누가 산토끼 잡으려 집토끼를 방치하나. 지도부는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첫 번째 면접장에 갔다. 지역 신문사였기 때문에 내 생각을 더 다듬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할 말은 없었다. 65세 이상 베테랑 기자 할아버지 대표님의 일장연설을 듣기만 했다. 면접자는 나인데 발언 기회를 갖지 못했다. 기자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1시간 40분 가까이 당신께서 걸어온 이야기를 말씀하시고 또 말씀하셨다. 기자 신분을 이용해 다른 회사 총무부에서 용돈 타서 쓰는 게 좋게 들리진 않았다. 그래도 언론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어 좋았다. 작은 자리에서 일할 사람을 뽑기 때문에 나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아까워서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부르신 거였다. 기자로 제대로 키워 보고 싶다고도 하셨는데 밑에서 잘 클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두 번째 면접은 집에서 화상으로 봤다. 앞서 갔던 곳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해 아슬아슬했다.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도 부족했다. 구글 미트를 처음 써봤는데 노트북으로 하려다 카메라가 엉뚱한 곳에 달려 있어서 그냥 스마트폰으로 면접을 봤다. 1분 자기소개조차 준비 못했는데 하라고 해서 당황했다. 웃으며 면접을 봤지만 중간 중간 핀트를 벗어난 대답을 해버려서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정치 이야기를 잘 안하는 게 장점이라고 자기소개서에 썼는데 하필 신문사 면접을 보고 와서 요즘 취업 말고 관심 있는 게 뭐냐는 질문에 정의연 이야기를 꺼내버렸다. 멍청한 놈. 다행히 정치 관련된 이야기는 질문하지 않겠다면서 면접관께서 넘어가셨지만 일구이언 하는 모습을 보였다. 궁금한 거 없냐는 질문에는 바로 생각나는 게 없어서 밥 잘 나오는지 물었다. 타지에서 생활하면 먹는 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구내식당이 있고 만족하신다고 하셔서 그럼 나도 만족한다고 말씀드렸다. 너무 튀어버렸다. 일기 쓴다고도 말씀드렸더니 찾아보겠다고 하셨다. 진짜로 보실까 무서워서 사명은 적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