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5. 11. 22:10

오늘 첫 출근을 했다. 530분쯤 눈이 떠져 씻고 준비해 7시에 나갔다. 배가 아픈데 늦을까봐 기차에서 내려 바로 택시를 탔다. 차로 20분 거리인데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또 한 시간이 걸린다. 도착하니 830분이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것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화장실이 내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9시가 다 되어서야 사무실에 갔다. 근로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맡겼다. 막도장이면 충분했는데 괜히 신경 썼다. 기본적인 설명을 듣고 근무하게 될 곳에 갔다.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린 분들이 벌써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다만 컨테이너 건물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 벤처 느낌이 물씬 났다. 동시에 대학원 같기도 했다. 같은 팀원들은 출장에 갔고 나는 혼자 남아 산업안전교육을 수강했다. 집중하지 않았는데 시험에서 90점을 맞았다. 통과시켜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업무가 고되지는 않았지만 출퇴근이 힘들었고 근무하고 있는 분들이 너무 인싸라 피곤했다. 쾌활하고 즐거운데 아직 그들 틈에 끼지 못해 겉돌았다.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해야겠지. 먼저 취업한 사람들이 왜 추노하고 싶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갔다. 새로운 사람들과 낯선 환경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냥 집에 가고 싶어지기도 했다. 밥은 구내식당에서 먹었다. 카드로 계산하려 했더니 안 된다며 빌리라고 했다. 가장 싫어하고 재능이 없는 게 남에게 뭘 빌리는 거다. 싫었지만 같이 간 분께서 계산해주셨다. 현금을 들고 오지 않은 죄로 벌써 4천원 빚졌다. 내일부터 현금도 들고 다녀야겠다. 집에 오는 길은 지하철과 기차만 타서 그나마 나았다. 거의 앉아서 이동했고 별로 움직일 일이 없었다. 7~8,000보 밖에 걷지 못했다. 아침부터 설쳤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녹초가 됐다. 비비고 미역국을 데워 먹고 샤워했다. 신문도 보지 못했다. 사설 부분만 빠르게 보고 잘 준비해야겠다. 빨리 방을 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