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7
다른 지역에 있는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고 왔다.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은 코로나 이후로 처음 가봤다. 병원에서도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방명록을 남기도록 했다. 검사를 철저히 하고 그간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그런지 인산인해였다. 거의 모든 진료과 앞 대기석에 빈자리가 없었다.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한참을 앉아있어야 했다. 진료는 금방 끝났다. 더 나빠진 게 없었고 6개월 후에 다시 오기로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인턴 쪽에서 전화가 와 한달 동안 서울에 올라와서 업무를 배워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일단 알겠다고 했다. 계약서도 쓰지 않았는데 올라가도 될까 싶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질수록 회의가 든다. 생전 배워보지도 않은 걸 한번 해보겠다고 새끼발가락까지 바쳐가며 왔다 갔다 했는데. 꾸준히 통화를 해서 이제와 거절하기도 애매하다. 곤란한 상황을 자초한 것 같기도 하다. 해당 분야로 쭉 밀고 나갈 확신이 아직은 없는데.
오후에는 공공기관 계약직 전화면접을 봤다. 짧은 시간동안 준비했는데 그럭저럭 잘 대답했다. 대면이었으면 잘 못했을 것 같다. 카페에서 전화를 받을까 아니면 밖에서 통화를 할까 갈팡질팡 했다. 결국 시외버스터미널 구석에 앉아 면접을 봤다. 밖이냐고 물으셨는데 이 질문에는 '내가 어제 이 시간쯤에 전화 줄 거라고 했는데 왜 밖이야?'라는 속뜻이 있는 것 같았다. 볼일 보러 나왔는데 어쩔 수 있나. 요즘 집도 그렇게 조용한 편은 아니다. 다 괜찮았는데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게 조금 걸린다. 나는 면접을 볼 때마다 묻는 말에 꾸밈없이 너무 솔직하게 말한다. 당장 살고 있지 않더라도 '그쪽은 내가 대학을 졸업한 곳이고 그래서 지리가 익숙하다'는 식으로 덧붙일걸 그랬다. 관심 있다는 걸 많이 어필했는데 결과는 까봐야 안다. 자차 운전도 힘들다고 했으니 마이너스였을 것이다. 떨어지면 그냥 다 포기하고 GSAT와 면허만 할까 싶다. 인생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다. 한 며칠 기뻤는데 오늘은 기분이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