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 2020. 4. 23. 20:46

면접 약속을 잡았지만 굉장히 영세한 곳이라 정장을 입을까, 일상복을 입을까 아침부터 고민했다. 정장을 몇 번이나 입었다 벗었다. 더워지기 전에 한 번 더 입고 싶었다. 나는 허벅지와 몸통이 굵어서 정장을 입으면 두꺼비처럼 보인다. 자유 복장으로 근무하는 곳이 아니면 굉장히 답답할 것 같다. 결국 슬랙스에 맨투맨, 코트를 입고 갔다 왔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걸으면 더운 날씨였다. 결과적으로 일상복을 입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면접이랄 것이 없었다. 이력서를 제출하고 몇 마디 나눈 것이 전부다. 사실 이력서를 뽑아오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본인이 프린트하거나 컴퓨터로 다 확인하면 됐지 왜 가져오라는 건지 의아했다. 회사 근처에 도착해보니 모든 의문이 풀렸다. 작은 매장에 더 작은 사무공간, 초면에 대뜸 반말하시는 사장까지. 근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몰랐어도 본능적으로 피했을 곳이었다. 어찌어찌 이력서를 내고 오긴 했는데 이것마저 후회된다.

 

찝찝함을 안고 집 오는 길에 카페에 들렀다. 처음 가본 곳인데 초파리가 많았다. 앉아있는 동안 6마리 정도 잡았다. 갑작스러운 살육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매장 안에 초파리가 날아다닐 정도면 대체 위생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지. 여름 분위기를 미리 느꼈다. 창가 자리에 햇빛이 잘 들어와서 만족스러웠다. 화장실은 가정집 느낌이 나서 별로였다. 변기와 문 사이가 너무 멀어서 제대로 잠그지 않으면 벌컥 열리는 문에 속수무책일 것 같다. 카페라떼 한 잔 마시면서 오늘 치 자격증 책을 봤다. 수능 비문학 문제 푸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리트, 인적성 검사 문제보다 훨씬 쉬웠다. 그런데도 꼭 한두 개씩 틀렸다. '가장 적절한 것' 혹은 '가장 부적절한 것'을 고르는 게 문제다.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걸 좋아해서 지문 중 '가장'을 쉽게 잊어버린다. 이제 이틀 치 남았다. 복습하면서 오늘 도착한 GSAT 문제집도 병행할 예정이다. 스터디카페 등록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