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9
구름이 가득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외출했다. 걸어가려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싶어 버스를 탔다. 코로나 때문에 승객이 적은데다 좌석버스라 더욱 허전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시내는 고요했다. 행인이 없다시피 했고 상가는 비어있었다. 흐린 하늘처럼 회색 가득한 지방 소도시 풍경이 언제쯤 활기찬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카페에 도착해 주말 섹션 신문을 봤다. 투썸 플레이스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CJ에서 사모펀드로 넘어간 후부터 점바점이 심해진 것 같다. 지점마다 편차가 크면 프랜차이즈의 의미가 옅어지지 않을까. 최근에 생긴 매장과 비교하면 오래된 매장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전에는 그래도 좋다고 다녔지만 이제는 외면하게 된다. 이런 걸 생각하면 커피 장사도 기계만 들려놓는다고 잘 되는 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구석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요즘 도통 독서하는 시간이 없어 아예 날 잡았다. '총, 균, 쇠' 195페이지까지 봤다. 베스트셀러라서 읽고 있기는 한데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지역별로 발전 차이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이 이해는 가지만 와 닿지 않는다. 교양서적이기 보다 학문에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기원전 연도가 여러 번 나오는데 머리에 남아있지 않다. 세세한 내용보다 농경 생활이 생각보다 수렵 채집보다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과 재배에 성공한 작물들 중에는 유전적 돌연변이라는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 등의 큰 줄기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의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면 미개하다는 쉽게 하는데 과거는 과거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자세를 가지려 노력하는데 쉽게 잊어먹는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